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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바다로 향하던 어느 저녁의 기록 |

평일 밤, 저녁을 먹고 나니 가슴 한편이 답답했습니다.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 바이크를 떠올립니다. 며칠 동안 시동만 가끔 걸었을 뿐 타지 못해, 지하주차장 한편을 묵묵히 지키고 있던 녀석. 도로를 달리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나보다 그 녀석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장갑과 부츠, 헬멧과 재킷을 챙겨 주차장으로 내려갑니다. 오랜만이라 바이크 주위를 천천히 살핍니다. 혹시 모를 문제는 없는지 한 바퀴 둘러보고, 별다른 이상이 없어 키를 돌리고 버튼을 누릅니다. '웅—' 하는 힘찬 소리, 마치 깊게 숨을 들이쉬는 듯한 그 소리에 내 심장도 따라 뜁니다. 오 분 남짓 예열을 마치고, 천천히 출발합니다.
늦은 시간이라 아파트를 빠져나갈 때는 최대한 조용히 움직입니다. 나 역시 집 안에 있을 때 큰 배기음이 들리면 신경 쓰이듯, 이웃들도 그러할 테니까요. 낮은 RPM을 유지하며 단지를 벗어나, 큰길에 들어서고 나서야 속도를 조금씩 올립니다.
겨울은 지났지만 그날은 비가 조금씩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노면이 미끄러울 수 있어 평소보다 속도를 낮춰 달립니다. 찬 바람이 헬멧 틈으로 파고들어 코끝과 입가를 스칩니다. 그 서늘함에, 답답하던 속이 조금씩 트이는 듯합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가까운 바닷가입니다. 가는 길이 한적해, 어두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달립니다. 십여 분쯤 지나 바다에 닿았습니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처 벤치에 헬멧을 내려놓고, 가만히 바다를 바라봅니다. 찰랑이는 물소리, 저 멀리 천천히 지나는 커다란 배. 그 풍경 앞에서 '올해는 좀 더 잘해보자'고 조용히 다짐합니다.
말없이 바다를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속 답답함이 파도에 실려 조금씩 멀어지는 듯합니다. 힘들고 막막할 때마다 바다를 찾는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헬멧을 씁니다. 오늘 하루 나를 실어 준 바이크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집으로 향합니다.
가끔은,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잠깐의 바람과 한 줌의 바다면,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기니까요.